빚 빠르게 늘어나는 한국…민간부채 증가율 '세계 1위'

입력 2023-09-14 18:33   수정 2023-09-15 01:53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 증가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국가에서 가계와 기업이 코로나19 이후 부채를 줄이고 있는데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부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 기업 등 민간부채 비중은 281.73%로 집계됐다. 2021년 275.17%보다 6.56%포인트 증가했다. 한국의 민간부채 비중은 데이터 확인이 가능한 26개국 중 룩셈부르크(464.83%)에 이어 2위였다.

특히 GDP 대비 민간부채 증가율은 26개국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GDP 대비 민간부채가 6%포인트 넘게 증가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일본이 2021년 224.33%에서 지난해 229.86%로 5.53%포인트 올라 2위를 기록했고 요르단(4.10%포인트), 체코(3.29%포인트), 슬로바키아(3.07%포인트)가 뒤를 이었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독일 캐나다 네덜란드 등 나머지 21개국은 모두 부채가 줄었다.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올리며 긴축정책을 폈지만 결과적으로 민간부채 억제에 실패했다. IMF는 최근 한국 정부와 연례협의를 마친 뒤 “높은 민간부채를 점진적으로 줄이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전 세계 부채 규모는 민간과 공공부문을 포함해 235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공공부문 부채가 91조달러, 민간이 144조달러다. GDP 대비 비중은 238%였다. IMF는 “전 세계의 빚 규모가 지난해 2000억달러 줄어드는 데 그쳤다”며 “각국의 부채 축소 노력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채의 취약성을 줄이고 장기적인 증가 추세를 반전하기 위해 정부가 긴급 조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은 "집값, 경제여건 대비 여전히 고평가"
한국 경제에서 민간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한 것은 기업 빚이 크게 늘어난 데다 가계도 빚을 거의 못 줄인 결과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민간부채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법인부채 비중은 2021년 166.84%에서 지난해 173.61%로 6.77%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데이터 확인이 가능한 26개국 중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이다. 가계부채 비중은 108.33%에서 108.12%로 0.21%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가계부채 비중이 소폭 줄긴 했지만 경제 규모 확대에 비례해 가계빚도 거의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한국은행도 14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민간부채 증가에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주요국과 달리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없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거시경제 및 금융 안정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으로는 주택 가격이 과도하게 높은 상황에서 시장이 회복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26배로 계산됐다. 26년간 소득을 한푼도 안 쓰고 모두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한국의) 기초 경제여건 등과 비교해볼 때 여전히 고평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시장이 회복되면서 가계대출은 지난 4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했다. 지난달까지 5개월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25조원 이상 늘어났다. 소폭이나마 축소되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다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계대출의 질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은은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취약 차주의 연체율은 전체 차주에 비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계대출이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화하면 민간 소비가 크게 줄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기업부채에 대해서는 “자금조달비용 상승에도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며 “부동산업 등 생산성과 수익성이 낮은 부문으로의 대출 집중도가 심화됐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한은은 통화정책을 통한 금융 불안정 해소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의 거시건전성 규제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완화된 규제를 되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리 등 통화정책을 통한 대응은 그다음이라고 했다.

이날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발간 후 간담회에서도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금융당국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 정부와 한은이 긴밀히 협력해 다른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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